Project Reincarnation
BAPTISM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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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낮은 주파수의 공명음이 공간을 채운다. 흐릿한 조명 아래에 세라의 공간이 보인다. 바닥에는 미세한 빛의 선으로 구성된 의식진이 그려져 있다. 종교적 상징 대신 코드와 파형, 기록 좌표만이 가득 정렬되어 있다.
방 중앙에 기억을 담는 디스크가 놓인다. 그 안에는 희미한 아이의 실루엣 같은 빛의 흔적이 비친다. 세라는 캡모자를 벗고 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순간만큼은 세라도 방어를 내려놓는다. 오롯이 마음을 다한다.
세라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이건 삭제가 아니다. 정리이자 작별이다.
피해자가 방 입구에 서 있다. 의식진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떨고 있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정말 이 기억, 사라지나요?”
“아니요.”
세라는 정직하게 답한다.
“사라지지 않아요.”
“그럼, 그럼 전 계속......”
“당신 안에서는 떠나요. 여기서 멈추게 할 뿐이에요.”
세라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다시 한번 그에게 답한다.
“기억은 주인을 잃으면 유령처럼 떠돌아요. 그게 제일 잔인해요.”
그는 고개를 숙인다.
“그 아이는 알고 있을까요? 자기가 여기에 있다는 걸.”
세라는 잠시 말을 잃었다.
“모르죠.”
하지만 이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한다.
“그래도, 우린 이름을 불러줄 거예요.”
세라의 손끝은 떨려왔지만, 행동을 멈추지는 않는다. 허공에 인터페이스가 열린다.
이 기억은 누군가의 삶에서 떨어져 나왔고 동의 없이 사용되었으며, 타인의 시간 속에 침입했다. 그러므로 이 기억은 떠돌 권리를 박탈당했고 묻힐 권리를 얻는다. 세라가 코드를 입력한다. 디스크의 빛이 안정된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더 이상 왜곡되지 않은 채 온전한 형태로 재생된다. 세라가 의식진 안으로 들어간다. 피해자는 보지 않으려다 끝내 고개를 든다. 세라는 자신의 관자에 단자를 연결한다. 스스로를 기억을 끄집어내는 앵커로 삼는다.
“괜찮아요.”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피해자를 향해 세라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제가 기억을 잡을게요.”
파형이 세라에게 잠시 흘러든다. 세라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짧고 강렬한 감정이 심장을 스친다. 모성, 상실, 두려움. 세라는 격류를 견디며 이를 악문다.
“여긴 네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야.”
기억이 피해자에게서 완전히 분리된다. 그는 그대로 주저앉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두려움도 당황도 공황도 없다. 오직 텅 빈 사람의 침묵만이 존재한다. 의식진의 빛이 하나씩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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