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Reincarnation
STAGE IN A DREAM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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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는 꿈을 꾸고 있다.
남겨진 기록만이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다. 오래된 텔레비전의 화이트노이즈를 들여다보는 감각이다. 세라는 이것이 기억의 역류 현상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것이 덮쳐오면, 가위라도 눌린 듯이 저항할 수 없다. 망가진 필름처럼 영상이 루프한다.
이곳은 꿈 속의 무대다. 기억의 상영관이다. 어두운 무대 위로 하얀 사각형의 프레임들이 공중에 떠 있다. 각각은 뉴스 화면, 보고서, 기록물의 일부다. 동일한 문장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반복 재생된다.
「 금일 새벽, 세종시 외곽에서 발생한 사고로—」
「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
「 정확한 책임 소재는 조사 중이며— 」
뉴스 속보, 공식 브리핑, 그런 이름의 음성들이 점점 겹치며 눈처럼 하얗게 물든다. 그 속에서 세라가 무대 중앙에 서 있다. 어린 세라와 현재의 세라가 겹쳐 보인다.
그만하라고 세라는 소리친다. 하지만 역류는 멈추지 않는다. 프레임들이 세라를 둘러싼다.

흐릿한 CCTV 화면. 경고음. 끊긴 신호. 어린 세라가 엄마를 부른다. 화면이 멈춘다. 저건 기억이 아니다. 차갑게 편집된 요약본에 불과하다.
프레임들이 바뀐다. 이번엔 문서. 사고 경위 보고서, 임시 조치안, 관련 부처 협의 결과. 이름들이 있지만 책임자는 없다. 어머니는 숫자가 됐고. 가족은 부수적 피해가 됐다. 문서에서 이름이 하나씩 지워진다. 그러나 사건 번호만은 선명해진다. 기록만이 아주 정확하고 선명하게. 남았다.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장면이 이동한다. 차가운 수술실의 침대 위에 세라는 누워 있다. 머리에는 접속 단자가 다발처럼 박혀있다.
“기억 삭제는 완전한 망각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그렇게 말했었다.
“알아요. 그래도 부탁드려요.”
세라는 담담히 답했다
“감정의 잔여 반응은 기록을 통해 재생될 수......“
“그래도요. 부탁드려요.”
세라는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모니터에 파형이 잦아든다. 어린 세라의 형상이 서서히 흐려진다.
다시 장면이 이동한다. 일상적인 거리 속에 세라가 있다. 다시 프레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뉴스. 다큐멘터리. 기념 특집.
“이상하지......”
세라는 혼잣말을 한숨처럼 내뱉는다. 전광판에는 ‘사고 7주기’ 따위의 말이 달라붙어있다. 끔찍하게.
“나는 잊으려고 했는데. 도시는 저걸 지겹게도 기억하고 있네.”
세라는 걸음을 멈춘다. 짧은 현기증. 존재하지 않는 기억이 스친다. 가족이 웃고 있다. 하지만 그 장면은 기록에 없다. 존재할 리가 없다.
“또 만들어냈네. 가짜 기억을.”
기록이 남아 있는 한, 기억을 지운다고 고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무대는 이제 처음의 빈 공간으로 돌아간다. 프레임들이 하나씩 꺼진다. 세라 혼자만이 남는다. 세라는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 거울을 꺼낸다. 어머니의 유품이었다.
“그래서 알게 됐어.”
세라는 거울을 바라보며 계속 중얼거린다. 영원히 남는다는 걸 바라지 않은 사람에게,
“기록은 폭력이야.”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세라의 현재 모습. 캡모자를 다시 눌러쓴다.
“지우는 게 아니라 묻는 거야. 기억을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떼어내서 영원한 무덤 속으로 매장하는 거야.”
아주 멀리서, 누군가가 이 데이터를 읽고 있는 듯한 지연이 생긴다. 루카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건 복수가 아니다.
세라는 눈을 뜬다. 꿈에서 깨어나듯이 현실의 장소로 돌아온다. 기억이 점차 흐려진다. 망각은 도피가 아니다. 때로는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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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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