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Reincarnation
FIRST MEET 본문
푸른 도시의 깊은 곳, 한 겹이 벗겨진 듯한 층 사이.
공간은 비정상적으로 고요하다. 데이터의 흐름이 비켜가는 장소, 모든 소리가 꺼진 장소로 세라가 발을 디딘다. 그녀의 발밑에 작은 물결이 생긴다. 그 속에서 오래된 연구실의 형상이 서서히 떠오른다.
낡은 책상, 깜박이는 모니터, 전선 위로 쌓인 먼지, 그런 것들만이 잔상처럼 남아있다. 세라는 주위를 둘러본다.
“이걸 의도적으로 남긴 건가?”
모니터 한가운데, 희미한 형상이 떠오른다. 체구가 작은 남자의 모습이다. 정면을 향한 눈빛은 깊고, 어딘지 피곤하게 보인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남자가 조용하게 그러나 명확하게, 세라를 바라보며 말한다.
“메모리움을 직접 보니 어때? 아름답지 않아?”
세라는 놀란다. 살짝 움찔하며 뒤로 물러난다.

“루카라는 이름이 아직은 세간에 떠돌고 있을지 잘 모르겠네. 너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지?”
남자가 이어 말하며 작게 웃는다.
“네가 이걸 만든 거야? 아카이브를? 사람들의 기억을 뒤섞고, 잊으려는 사람조차 괴롭히는 이 시스템을?”
세라는 거칠게 말을 뱉었다.
“괴롭히려 한 건 아니었어. 기억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 사라짐조차 기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존재의 완전한 궤적을 남길 수 있다고 믿었지.”
“완전한 궤적이라니. 그게 바로 폭력이야. 망각의 권리를 빼앗는 거지. 잊고 싶은 사람에겐, 기록이 감옥이야.”
“하지만 네가 그 안으로 들어왔다는 건, 너도 결국 그 감옥의 열쇠를 쥐고 싶다는 뜻 아니겠어?”
“열쇠가 아니라, 종지부야. 이 도시는 너무 많은 기억에 잠식당했어. 죽은 이들의 기록이 살아남아서, 산 사람들을 삼키고 있잖아. 그걸 끝내기 위해 온 거야. 이런 기록은 존재를 남기는 게 아니야. 상처를 영원히 새기는 행위일 뿐이라고. ”
루카라고 스스로를 칭한 남자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부드럽게 다시 뜬다.
“기록을 없애면, 기억도 사라진다. 기억이 사라지면, 세상은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그러니, 그 상처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증언이 될 수 있는 거야.”
“그건 네가 만든 변명이지. 기억이 남는다고 해서 인간이 변하던가?
세라의 항변에 루카는 미소 짓는다.
“역사가 늘 반복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하지만 지우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기록의 고통을 줄이려면,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함께 바꿔야 해.”
“어떻게 남길 것인가?”
세라는 순간 말문이 막힌다.
“그래.”
루카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한다.
“기억은 흘러야 해. 고여 있으면 썩고, 억누르면 폭발하지. 하지만 흐르면, 언젠가는 누군가의 바다에 닿을 거야.”
루카의 형체가 점점 흐릿해진다. 그 몸이 빛의 입자처럼 분해되어 공중으로 흩어진다.
“잠깐만! 이 도시를 멈추려면......”
세라는 다급하게 외친다.
“멈추는 게 아니라 다시 흘리도록 해, 장의사 씨. 썩은 시체 위에 피는 꽃처럼, 영혼의 순환처럼.”
그 말을 끝으로, 세라의 눈앞에서 루카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다. 이윽고 오래된 연구실의 형상도 자취를 감춘다.
세라와 아카이브의 연결이 강제적으로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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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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