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Reincar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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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움 내부. 세라와 에코의 대면 이후. 공간은 안개처럼 흐려지고, 각종 프레임들은 모두 음향만 남긴 채 흐릿하게 꺼져 있다. 세라는 아직도 제자리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에코는 마치 빛보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처럼 조용히 흔들린다.
".......너의.......파동이.......열어.......간다......."
세라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내가 뭘 열어? 난 그냥… 네가 부른 쪽으로 온 것뿐이야.”
세라의 발밑에서 작은 진동이 퍼진다. 물결처럼 번지지만, 이번엔 단순한 데이터 흔들림이 아니다. 그 파동은 세라의 기억 심박 패턴과 완전히 일치한다.
"너의.......기억은.......남지.......않고.......흘러.......가려.......한다......."
“그래서 뭐? 그게 잘못이라도 된다는 거야?”
.......흘러가는.......기억은.......머무는.......자리로.......흘러든다......."
세라 주변의 안개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덩어리진 잔상, 오래된 로그, 실패한 데이터 복원 기록들이 마치 바람에 떠밀린 빛 조각처럼 이동한다. 이동 방향은 단 하나. 아무도 접근한 적 없는 메모리움의 최하층.
세라는 당황한다,
“잠깐, 이건…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야. 네가 끌어당기고 있잖아.”
"나는.......끌지.......않는다.......
너의.......기억이.......길을.......찾는다......."
세라는 되묻는다.
"기억이 뭘 찾는다고? 묻힌 자리를?"
.......대답을.......
안개가 갈라지는 순간, 지금까지의 메모리움과 완전히 다른 공간이 드러난다. 빛이 없다. 대신 검은 파형이 음표처럼 떠다니는 거대한 공동. 각 파형은 읽히지 않은 기록, 미완성 로그, 삭제 요청만 남기고 사라진 잔여물들. 공동의 중심에는 거대한 데이터층의 단차가 무덤처럼 겹겹이 쌓여 있다.
“여긴 뭐야? 이런 건 본 적 없어. 맵에도 없고, 아카이브 구조도 아니고.”
세라는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본다.
"기록되지.......않은.......기록.......
남겨지지.......못한.......이름......."
“기억의....... 무덤?”
세라의 말에 에코의 진동이 깊어진다.
".......너의.......기억도.......여기에.......닿아.......있다......."
세라가 한 걸음 다가서는 순간, 무덤 전체가 심해 생물처럼 미세하게 ‘숨’을 들이킨다. 그 숨은 적막하게, 그러나 거대한 중량을 실어 진동한다. 그 속에는 수많은 감정의 잔향이 뒤섞여 있다. 포기, 분노, 공포, 증언되지 못한 이름 없는 목소리. 모두 ‘기록될 수 없었던 기억’이 남긴 흔적.
세라는 눈을 크게 뜬다.
“잠깐, 왜 내 기억이 여기로 온 거야?”
사고의 흔적. 어머니의 손. 부서지는 구조음. 그리고 ‘생존자’라는 이름의 상처. 세라의 가장 깊은 기억이 무덤 가장 아래층에서 희미하게 반사되어 올라온다.
"너의.......무의.......말.......여기.......있다......."
세라의 목소리가 낮게 떨린다. 밀려오는 공황처럼, 세라는 말을 내뱉는다.
“내가 버리고 싶어서 버린 게 아니라 그 기억이 너무, 너무, 나한테만 떠넘겨졌으니까......”
"그래서.......너는.......잊히기를.......원했다.......
그러나.......기억은.......너를.......쫓아왔다......."
무덤의 표면에 균열이 생긴다. 마치 세라의 진동을 따라 봉인된 층이 스스로 열리는 듯한 움직임. 루카조차 접근하지 못했던 구획. 관리 프로토콜도, ID 인증도 통하지 않는 영역. 오직 ‘기억의 고통’이라는 감정의 공명만이 문을 여는 열쇠였다.
“내가 이걸 열었다는 거야?:
세라는 재차 묻는다.
"너의.......고통이.......닿았다.......
너는.......버리고.......싶었다.......그래서.......
그.......버린 자리로.......도시가.......
길을.......연다......."
“그러면 여기는 내가 버린 것들의 끝이라는 거네.”
"그리고.......너와.......연결된.......모든.......타인의.......끝......."
무덤 속에서 수많은 잔향이 일제히 흔들린다. 세라를 보고 있다. 에코도 흔들린다. 에코와 무덤의 감정이 잠시 하나의 파동으로 섞인다. 공간 전체가 한 사람의 기억을 ‘요청’하는 듯한 침묵을 내보인다.
그것을 마주한 세라는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문장을 만든다.
“좋아. 그럼 끝을 보자. 나만의 것이 아닌 이상 그냥 묻히게만 두지는 않을 거니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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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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