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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Reincarnation

SERA AFTER 본문

Project Reincarnation

SERA AFTER

Writer-C 2025. 12. 15. 07:17

 (←이전 이야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세라는 여전히 도시를 걷는다. 다만 예전처럼 고개를 숙이지는 않는다.

 

세종의 아침은 변함없다. 계획된 간격의 나무들, 유리와 콘크리트의 반복, 그리고 보이지 않는 층위에서 조용히 호흡하는 메모리움. 도시는 여전히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무엇이 기록되지 않는지도 함께 설계된다.

 

세라는 작은 사무실을 갖고 있다. 간판은 없다. 의뢰는 공식 채널로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사이버 장의사라고 부르지만, 세라는 그 말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다. 장의는 끝이 아니라, 살아갈 수 있도록 정리하는 일이니까.

 

의뢰의 절반은 여전히 소거다. 반복 재생이 삶을 잠식한 기록들, 증언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되었던 데이터들. 세라는 그 기억을 묻는다. 지운다는 말 대신, 멈춘다는 표현을 쓴다. 접근 권한을 닫고, 호출을 차단하고, 다시는 증거로 소환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꾼다. 나머지 절반은 디자인이다. 기억의 밀도와 각도를 조정하는 일. 누군가에게는 남겨야 하지만, 그 주인이 다시 그 안으로 끌려 들어가지 않도록 표현을 낮추고, 맥락을 분리하고, 이름을 가린다. 세라는 그것을 윤리적 레이아웃이라고 부른다.

 

메모리움은 변했다. 루카의 질문이 설계의 전제가 되었고, 에코의 존재는 시스템의 경고음이 되었다. 기억은 자동으로 쌓이지 않는다. 모든 보존에는 이제 선택의 흔적이 남는다. 누가 남겼는지, 누가 원했는지, 그리고 누가 감당할 수 있는지.

 

세라는 가끔 루카를 만난다. 둘은 더 이상 같은 질문을 같은 방향으로 던지지 않는다. 루카는 여전히 묻는다.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 세라는 거기에 하나를 더 얹는다. 그리고, 누가 그 기록에서 자유로워야 하는가.

에코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기로 선택되었다. 에코는 말수가 적어졌고, 대신 침묵의 깊이가 늘었다. 에코는 이제 개입하지 않는다. 다만 균형이 무너질 때 울린다. 기억이 다시 폭력이 되려는 순간, 시스템은 그 울림을 무시하지 않는다.

 


어느 오후
, 세라는 강가에 선다. 물은 잔잔하고, 반사는 부드럽다.

세라는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 거울을 꺼낸다. 어머니의 유품. 한때는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였고, 지금은 단지 빛을 받아 흘려보내는 물건이다. 그녀는 더 이상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기억은 가끔 스스로 찾아오고 그때마다 세라는 도망치지 않는다. 다만 그 기억이 머무를 자리가 있는지를 확인할 뿐이다. 없다면, 그녀는 정중하게 돌려보낸다.

세라는 알고 있다. 망각은 배신이 아니고, 기억은 구원이 아니다. 둘 사이에서 선택하는 일만이 사람을 사람으로 남긴다는 것을.

 

도시는 오늘도 기록된다. 오늘도 어떤 것들은, 조용히 기록되지 않는다.

세라는 걸음을 옮긴다.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다른 이들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소임을 다한다.

 

 

Fin

 

__

스토리텔러 : 조현규

해당 페이지의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스토리텔러 조현규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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